수의대 1학년끼리 페이스북 그룹페이지가 있는데 한 학생이 우리도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글을 하나 포스팅했다.
CNN뉴스인데 내용인즉슨 간단히 말하자면
주인이 죽을 때 반려견과 함께 묻힐 수 있도록 안락사를 시켰다는 내용이다.
아픈 곳도 없는 건강한 강아지를
일단, 강아지와 사람과 비교해서는 안되겠지만
극단적으로 비교해보자면 내가 죽으면 혼자 지낼 내 딸이 너무 걱정되요 같이 묻히게 해주세요 인데..
이기적인 선택이다, 살아있는 어떠한 것은 소유물이 될 수 없다.
아니다 만약 이 강아지를 맡아줄 누군가가 없다면, 극악한 반려동물 쉼터나 보호소환경에 고통받으며 살아가야한다면,
내 강아지는 나밖에 모르고 새로운 집에서 행복하게 남은 여생을 살아간다는 보장이 없다면 생각해 볼 수 있는 옵션이 아닌가
로 의견이 갈리는듯 하다.
여기서 내가 생각한 것은
내가 만약 이런 요구를 받았더라면?
수의사는 궁극적으로 동물을 살리는 역할이지만, 상대적으로 역할이 다양하다.
산업동물(소, 돼지, 말, 닭, 양 등)의 경우는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인간의 소비 목적으로 이용된다.
산업동물 수의사의 경우
건강하게 질병없이 성장해서 농가에 돌아가는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최대화 시키는 역할과,
각종 동물 질병으로 인하여 사람에게 감염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차단하여
질병의 확산을 막고, 최종 산물인 축산물의 안전을 확보한다.
하지만 반려동물 수의사는 조금 다르다.
말그대로 '반려'동물로서 일생을 함께 살아가는 것인데
아프지도 않은 강아지를 주인이 원한다고 해서 내 손으로 안락사를 시킬 수 있을까.
물론 그 마음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너무 사랑해서, 나 없으면 돌봐줄 사람도 없으니 등등
법을 어기는 부분이 없고 주인이 원한다면... 설득 설득후에도 되지 않는다면..
해야겠지
진짜 어려운 문제긴하다.
안락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반드시 존재하고, 꼭 시행되야할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동물복지 등 문제와 결부하여 상당히 많은 부분을 생각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말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완전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결정을 할까.
얘도 이제 다른 인생을 살아야지
아니면
내가 없음 누가 내 새끼를 나처럼 돌볼 수 있을까 너무 사랑하는 내 가족, 내 자식을 두고 눈감을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어떤 쪽이 맞든 틀리든
중요한 건 이런 일을 평생 경험해야하는 수의사들에 대한 생각이다.
아직 제대로 병원실습이나 내가 어느 분야 수의사가 될지 결정하지는 못하였지만
어느나라에서 일을 하든,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든
아마 이런 비슷한 일들이 비일비재 할것이다.
나 자신부터 아직 가치관이 정확하게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일들을 앞으로 수 없이 겪게 되었을 때
갈대처럼 그저 감정에 휘둘리기만 할것인지
공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수의사로서 이러한 부분이 정말 중요하구나 느꼈다.
학교에서 수의사의 정신건강, 웰빙에 대해서 많이 강조하고 따로 강의도 많이 들었다.
학생때는 공부가 너무 힘들어서,
수의사가 되고 난 뒤에는 이러한 여러가지 이유로 자살률이 그렇게 높다고 한다.
이 일을 오래 건강하게 하려면
어떻게,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어떤 수의사가 되야할지
그래서 이러한 일들이 늘 병원에서 일어나고 해도 마음을 잘잡고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수의사가 되도록
심도 깊게 고민해 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