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유학하기

호주 수의대를 졸업하고 호주에서 수의사로 근무한지 1년이 되가는 시점에서 기록

히지니지니킴 2024. 1. 2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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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1일이였나 멜버른에 처음 발을 디딛날. 내 사랑 한국을 뒤로하고 한 번도 여행조차 와보지 않았던 호주를 유학과 이민을 위해 혼자 덜컥 왔지.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에 홀린듯이 갑자기 호주에 빠진것 같다. 워홀이나 여행을 가본것도 아닌데.
그냥 한국에서의 모든 삶이 지쳤나?

2022년 12월 드디어 졸업.

 

더 예쁜 졸업식 사진이 많은데 얼굴이 나와서 올리지 못해 아쉽다.
4년이 훅 지나갔다. DVM 코스 중 제일 힘들다는 2학년을 판데믹으로 더 하드코어로 보냈지만, 세상 만사가 다 그렇듯이 돌아보니 그것 또한 다 추억이 되버린 지금.
원없이 실컷 공부했다 정말.
계속 앉아서 공부만 하다보니 소화불량에 먹으면 바로 체하고, 그런데 하루종일 공부만 하다보니 밥 시간이 그나마 힐링이자 쉬는 시간이라 맛있는거 또 잔뜩해서 폭식하고.. 배아프고 결국 토하고.
만신창이였지.
그래도 4년간의 멜버른대 생활은 애증의 시간이자 소중한 경험이였다.
정말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멜버른 이곳저곳을 실습 다니면서 운전도 많이하고, 호주 시골에서 Large animal 실습 다니던 기억들 때문에
요즘도 시골을 운전해서 지나갈때면 친구랑 단 둘이서 실습하며 쌓았던 추억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온다.

멜버른도 사랑하지만 나는 끝없는 실습과 로테이션 그리고 시험으로 지쳤고,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주가 너무 작게 느껴져서
나의 새로운 시작을 새로운 곳에서 하자! 그래서  항상 궁금했던 시드니로 왔다.

이유는 정말 딱 그거 새로운 시작을 새로운 곳에서 하고싶어서.
훨씬 더 큰 도시기도하고 한국 음식도 많고 😋

시드니에서의 생활은 재밌다.
오페라하우스랑 하버브릿지는 볼때마다 이쁘고(자주 시티를 나가는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좋다. 멜버른은 비도 자주오고 일교차가 커서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시드니에서는 좀 덜하다.
빨래도 세상 잘 마른다는거!
다만 물가가 멜버른보다 비싸고
집값도 비싸다...

부모님도 호주에 놀러 오셨다!

수의사로서의 첫 해는 말 그대로 우 왕 좌 왕.
너무 바빠서 Amoxyclav 항생제 50mg을 처방해놓고 실제로는 250mg을 줘버려서 강아지가 토를 한다고 전화받았을땐
미쳤다 나 정말...
또 뭐가 있지
Lymphoma로 모든  lymph node가 다 부어있고,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eye ulcer로 각막이 녹아내리고 이가 다 썩은 아마 breeding 하다가 그냥 방치된 강아지로 추정되는데..
아무튼 그 친구 안락사했을땐 어휴 얼른 가서 편히 쉬어라.. 맘이 많이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Heart failure로 폐에 물이 가득차서 퍼래져서 온 치와와, 복수가 가득차서 거의 몇리터를 빼냈던 Kelpie
부검 했더니 폐와 심장 주위 늑막에 암이 잔뜩 퍼져있었던 엄청 사나웠던 18살 고양이
타올을 통채로 먹어서 수술했지만 결국 살지 못했던 1살짜리 Kelpie 등등

이것 말고도 참 많은 케이스들이 있었지
1년이지만 엄청 많이 배우고 성장한 느낌!
앞으로 5년 10년은 어떻게 될지
지금처럼 GP(General Practice)에 있을지, 또 가만히 있지못하고 뭘 더 준비하고 공부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호주는 동네마다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괜찮은 동네, 안 괜찮은 동네(?)에서 다 근무해 본 결과 전반적으로 아직까지는 다 친절한것 같다.
이민 국가다 보니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상대하는데 각각의 특색이 느껴질때마다 재밌기도하고.
그래도 전반적으로 다 나이스하고 친절하고 상냥하다.

때로는 계속되는 진료와 사람을 계속 상대해야하는 직업이라 지칠때도 많지만..!
수의사는 서비스직이다 정말!
그래도 내가 2019년 멜버른행 비행기에 내 몸을 실을때, 그때 꿈꾸고 기대했던 내 삶 그 모습이 지금 2024년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호주에 온건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대단한 행복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소소하게 하루하루 감사하고 평화롭게 그냥 별일 없이 호주에서 많은 아픈 동물을 도와주는 수의사로 잘 성장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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